


No.01
하얀 크레파스
아무도 고르지 않는 단 하나의 색.
흰 종이에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어서, 다른 색들이 쓰이는 동안 상자 안에서 기다린다. 참을성 있고 희망차지만 조금 외롭다.
- 잘하는 것
- 어두운 곳 위라면 누구보다 밝게 그리기
- 못하는 것
- 밝은 종이 위에서는 보이지 않음
아무도 고르지 않는 작은 물건들, 그리고 그것이 꼭 필요해지는 날의 이야기.



No.01
아무도 고르지 않는 단 하나의 색.
흰 종이에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어서, 다른 색들이 쓰이는 동안 상자 안에서 기다린다. 참을성 있고 희망차지만 조금 외롭다.



No.02
튀어나오는 게 일인데, 너무 수줍어서 못 한다.
손잡이가 돌 때마다 살짝 내다보고는 뚜껑을 쾅 닫는다. 다정하고 소심하지만, 누군가 필요로 하면 용감해진다.



No.03
닳았어도, 아직 쓸 수 있어.
반짝이는 새 연필에게 필통 구석으로 밀려나도 손 쪽으로 계속 폴짝인다. 의욕 넘치고 한결같고 조금 들이댄다.



No.04
너무 커. 그래서 딱 맞아.
물려받은 장화. 운동화를 신고 뛰어가는 아이를 현관에서 시무룩하게 배웅한다. 외면당하면 축 처지고, 신겨지면 의기양양.



No.05
삐걱 소리가 박자가 된다.
삐걱거린다고 모두가 지나쳐 가는 낡은 나무판 그네. 성실하고 언제나 온 힘을 다해 버틴다.